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사명감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타인에 대한 배려, 안쓰러움, 사랑이 없으면 직업으로 가져갈 수 없다. 2020년 2월부터 시작한 코로나 감염 확산 시기에 병원 현장은 말 그대로 코로나 확진이 안 된 사람이 없을 만큼 비상사태였다.
의사, 간호사의 노고도 컸지만 감염된 병실에서 씻지도 벗지도 못하고 찜통같은 방호복을 입고 격리가 풀릴 때까지 환자 곁을 지키며 정성으로 돌봤던 간병사가 있었기에 우리는 3년이라는 코로나의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간병사, 그들이야말로 직업인으로 프로이고 전문가이며 아픈 사람을 사랑으로 돌보는 날개 없는 천사다.
하지만 이들 간병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특히 병원에 간병사를 파견하는 간병사업은 지금까지 비공식분야로서 간병사들은 24시간 열악한 환경에서 식사와 잠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일을 하다가 다쳐도 산재 처리가 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병원 현장에서 재가장기요양시설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 병원에서의 간병은 대부분 중국교포와 외국인이 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호 콩나물신문 특집 ‘힘내라, 사회적경제 – 부천의 사회적경제기업’ 코너에서는 부천에서 간병사업을 하며 간병사에 대한 인식 개선과 처우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활기업 어울림협동조합 김연자 대표를 소개한다.
안녕하십니까, 김연자 대표님 반갑습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는 12월이면 어울림협동조합이 출범한 지 만 9년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어울림협동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반갑습니다. 우리 어울림협동조합은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 시장진입형 유료간병사업단에서 다년간 간병 돌봄서비스의 노하우를 쌓은 후 2013년 12월에 출범한 자활기업입니다. 11명(취약계층)의 조합원으로 구성되었으며, 부천시내 준종합병원 외 15개 병원에 간병사를 파견하는 개인간병 사업, 고려수재활요양병원과 함께하는 공동간병 사업, 유료직업소개소 사업, 나눔간병 사업 등의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울림협동조합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돌봄이 필요한 대상에게 최고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간병 일을 시작하셨는데 처음 어떻게 간병과 인연을 맺게 됐으며 또 어울림협동조합을 이끌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재주도 없고 배운 것도 짧았던 저는 주민센터 사회복지과에서 안내한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를 2006년 10월에 방문했고, 그때 당시 노인돌봄서비스라는 사업단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나이 35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뭘 모르면 용감하다고, 그야말로 단순무식하게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때 당시는 몸과 마음이 편찮으신 취약계층 어르신 댁을 방문해서 말벗서비스, 정서지원, 간단한 가사일을 도와 드리는 업무를 진행하면서, 60이 안돼 치매 걸린 어르신,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되신 어르신을 돌보면서 세상에 대해 이해하고 성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성장의 욕구가 많았던 저는 딱 1년 근무하고 더 이상 못할 것 같아, 담당 팀장에게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병원 현장에서 복지간병 업무를 배정해 주셨고, 화상 전문 병원인 베스티안에서 복지간병사의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간병사로서 6개월의 경험을 쌓고 성실성을 인정받아 사무실에 와서 행정보조로 다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컴맹이어서 곁눈질로 눈칫밥 먹어가며 엑셀도 한글도 배웠고 업무 능력이 늘어가면서 나눔간병 사업을 맡아 조직관리 팀장으로 5년 넘게 근무하면서 자활근로에서 자활기업인 어울림협동조합으로 출범하면서 대표로 선출되어, 지금까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9년, 결코 순탄치만은 않은 길이었을 것 같은데 조합원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또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짧았지만 현장에서의 간병경험이 조직관리하는 밑거름이 되었고, 현장을 잘 이해해 간병사님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나이는 간병사님들에 비해 어렸지만, 언제나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간병사님을 대했고 섬겼던 거 같습니다. 저를 성장하게 하고 단단하게 단련시킨 건 간병사님들이셨습니다. 자활기업의 모태인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가 없었다면 저 김연자라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미숙하기까지 했던 저에게 끊임없이 교육과 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운이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 같은 세상 속에서 지역자활센터는 취약계층인 저에게 보호막이 되어 주었고 받아 주었습니다. 지역자활센터와 자활기업은 힘없고 약한 사람들의 보호막이자 마지막 보루라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랑스럽게 얘기합니다.
지난 9년간 어울림협동조합을 이끌어오면서 어려움도 많았겠지만, 한편으로는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를 방문해 일자리 상담을 하실 때 희망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고 여기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오셨다고 하던 참여자분들이 자활사업단을 거쳐 자활기업인 협동조합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표정도 밝아지고, 간병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조합원들이 사무실에 오셔서 협동조합에서 열심히 일해 자식들 뒷바라지하고 그 결실로 번듯한 직장에 취업도 했다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실 때면 선생님들이 열심히 사시니 자제분들이 당연히 잘 되는 거라고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네, 앞으로 10년, 또 20년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어울림협동조합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우리 어울림협동조합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22년 현재 부천나눔에서 출범한 소규모 돌봄협동조합들의 합병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통합재가서비스 (방문간호, 목욕, 주야간보호, 재가요양)의 발판을 마련하고 그동안 비공식 간병사업에서 활동한 조합원들에게 공식화된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 대상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며 존엄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협동조합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현실에서 지금까지 굳건하고 버티고 있는 우리 어울림협동조합이 자랑스럽습니다. 아울러 우리와 같은 기간,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언론협동조합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의 창립 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글 |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