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힘든 일 하나쯤 있잖아요. 말할 수 없는 고민도 많죠. 그런데 뜨개질을 하다 보면 복잡한 일들도 정리가 돼요. 함께 모여서 뜨개질을 하면 더 좋죠. 내 문제가 가장 큰 것만 같지만, 함께 얘기 나누다 보면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위로받게 돼요.” 오현미(63) 내일을 뜨는 한코 대표가 말하는 뜨개질의 ‘힘’이다. 그는 뜨개질을 통해 취약계층 여성이 다시 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오현미 대표는 “뜨개질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출처 : 더스쿠프(http://www.thescoop.co.kr)
“처음엔 그저 실타래 하나일 뿐이지만 엄마 손을 거쳐 완성됐을 땐 처음과 비교할 수 없어요.” 막둥이 아들은 엄마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내일을 뜨는 한코’란 이름도 엄마의 뜨개질에서 ‘희망’을 엿본 아들이 지어줬다. 내일을 뜨는 한코는 뜨개질을 통해 취약계층 여성의 정서적·경제적 자립을 돕는 단체다. 오현미 내일을 뜨는 한코 대표는 “막막한 하루를 사는 분들이 뜨개질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뜨개질로 어떻게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을까. 아이디어는 작은 계기에서 시작됐다. 직업상담사로 일해온 오 대표는 2년 전 은퇴했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막둥이 아들의 뒷바라지가 남았지만 은퇴는 그런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찾아왔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했다.
그때마다 오 대표는 실타래와 코바늘을 손에 들었다. “젊었을 때부터 뜨개질을 참 좋아했어요. 잡념이 들 때마다 뜨개질을 하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뜨개질과 취약계층…, 어쩌면 오 대표에겐 필연적인 ‘키워드’였다. “은퇴하고 나니 제가 취약계층 여성이더라고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됐죠.”
사실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건 오 대표만이 아니다. 내일을 뜨는 한코가 터를 잡은 부천의 경우,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17.5%(2018년)에 이른다. 특히 여성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인지 오 대표도 길을 쉽게 찾지 못했다. 은퇴 후 여성이 제2의 삶을 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실타래가 조금씩 풀린 건 조력자들을 통해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서였다. “이정옥 성진어린이도서관장, 이현순 부천 YWCA 사무총장과 머리를 맞댔어요. 그러면서 취약계층에게 뜨개질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함께 담요·가방 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란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내일을 뜨는 한코는 경력단절여성ㆍ요양원 어르신 등에게 뜨개질을 교육하고 그들 중에서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다. 그런 협업을 통해 무릎담요ㆍ가방ㆍ브로치 등 상품을 제작ㆍ판매하고 수익을 창출한다. 오 대표의 아름다운 꿈과 미션을 인정받아 내일을 뜨는 한코는 지난 6월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단비기업으로 선정됐다.
7월엔 취약계층 여성을 대상으로 두달 코스 손뜨개 강좌를 시작했다. 금세 알찬 성과도 맺었다. 강좌 수료자들의 작품을 모아 내일을 뜨는 한코 상품전시회를 열었다. 무엇보다 강좌에 참여하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건 값진 결과다. 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이 ‘시간이 잘 간다’ ‘옛 생각이 난다’며 좋아하실 때 보람을 느끼죠.”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숱하다. 상품성 있는 작품을 만들기까진 갈 길이 아직 멀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면수업이 어려워지고, 오프라인 판로가 줄어든 건 난제다. 오 대표는 “온라인 판매 채널 확대나 원데이 클래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올겨울 단단히 준비해 내년 봄 계획을 실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한땀 한땀 미래를 뜬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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