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단비기업]컷더트레쉬, 패션디자이너, 쓰레기를 디자인하다

[2020 단비기업]컷더트레쉬, 패션디자이너, 쓰레기를 디자인하다


인터뷰 | 컷더트래쉬
폐어구를 패션아이템으로

애초 멋지고 화려한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다. 7년 넘게 공부했다. 하지만 패션산업의 뒷면은 멋지고 화려하지 않았다. 청바지에선 폐수가 쏟아져 나왔고, 패스트패션은 자원을 낭비했다. “환경을 지키는 패션디자이너가 될 순 없을까.” 이 질문 하나가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단초가 됐다. 업사이클링 업체 컷더트래쉬 임소현(26) 대표 이야기다. 

# 청바지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입는 옷이다. 하지만 청바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폐수가 발생한다는 걸 아는 이는 드물다. 염료를 사용해 색을 입힐 뿐만 아니라 워싱(물빼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 패스트 패션이 대세다. 예전엔 옷을 한번 사서 수년간 입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옷을 실제로 입는 주기가 짧아졌다는 거다. 구입한 지 몇달 만에 ‘헌옷 수거함’에 버려지는 옷도 수두룩하다.

이렇게 거꾸로만 가는 패션산업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바꿔볼 순 없을까. 선박 폐자재ㆍ폐플라스틱 등을 업사이클링해 패션제품을 만드는 기업 ‘컷더트래쉬’는 이런 단순한 질문 하나를 계기로 2019년 탄생했다. 임소현 컷더트래쉬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 7년간 패션을 공부하면서 패션산업이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이런 상황을 바꾸고 싶었어요.”

컷더트래쉬(Cutthetrash)는 ‘쓰레기(trash)’를 ‘재단한다(cut)’는 의미다. 컷더트래쉬 로고에도 같은 의미를 담았다. 돌고래의 두 눈을 영문 ‘t’자로 형상화했는데, 마치 쓰레기를 싫어하는 돌고래가 인상을 쓰고 있는 듯하다.

임 대표가 재활용하겠다고 생각한 쓰레기는 폐어구ㆍ폐돛ㆍ폐플라스틱 등이다. 폐그물로는 패션 가방을 만든다. 폐돛으로는 생활소품, 폐플라스틱 원단으론 의류를 디자인한다. 흥미로운 점은 제품의 활용성이 다양하다는 거다. 예컨대 가방은 백팩이 되기도 하고, 크로스백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때론 숄더백으로도 변한다. 이를테면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이다.

독특한 아이템 덕분인지 ‘성과’도 있다. 20 20년 6월 부천시의 단비기업에 선정됐다. 같은해 11월 16일~12월 11일 오마이컴퍼니에서 진행한 소셜펀딩을 통해서는 목표로 잡은 금액의 369%라는 놀라운 성공률을 달성했다.[※참고 : 수익금의 15~50%는 한국 토종 돌고래 상괭이를 살리는 데 쓰였다.] 12월엔 사회연대은행이 진행한 ‘2020 소셜챌린지 a7(크라우드펀딩 방식의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도 수상했다.

창업한 지 1년여 만에 알찬 성과를 남겼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우선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 몇몇 소셜펀딩을 통해 제품을 선보였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다. 원재료를 업사이클링하는 비용 때문에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과제다. 근본적 한계도 있다. ‘쓰레기를 재단하기 위해’ 창업했지만 쓰레기를 소재로 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설비가 없고, 그만한 설비를 구축할 자본력이 부족해서다. “완전한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려면 관련 설비가 필요한데, 아직 자본이 많지 않아 그 단계까지는 못 가고 있습니다. 온전한 업사이클링 기업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회사의 콘셉트는 ‘2MORE’다. 소비자에게 친환경 제품을 제공함과 동시에 환경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앞장서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제품에 2가지 이상의 친환경 가치를 담는다는 의미도 있다. two more steps, 그들의 한걸음 한걸음은 지금부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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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더스쿠프(http://www.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