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기 단비기업] 아티얼,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예술

[2021년 5기 단비기업] 아티얼,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예술

인터뷰 | 손가현 아티얼 대표
장애예술 편견 해소하는 소셜벤처
장애인 예술가 자립하는 날까지…

화폭은 아름답고, 선은 감각적이다. 저기 저 ‘그림’엔 많은 이의 시선이 쏠릴 만하다. 그런데 잠깐, 이 그림을 일반인이 그렸는지, 장애인이 그렸는지 알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알 수 없다. 그만큼 예술엔 경계가 없고 평등하다. 그런데도 장애인 예술가들은 이상한 편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청년 아홉명이 머리를 맞댔다. 소셜벤처 ‘아티얼(ArtHere)’ 이야기다. 

손가현 아티얼 대표는 “장애인 예술가의 자립을 지원하고, 장애예술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에이블 아트(Able Art)’ ‘아르브뤼(Art Brut)’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 조금은 낯선 이 단어는 우리말로 ‘장애예술’을 의미한다. 특히 에이블 아트는 ‘가능한 예술’ ‘할 수 있는 예술’ 쯤으로 직역할 수 있다. 아르브뤼는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예술을 할 수 있고, 그들의 예술이 되레 더 순수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는 ‘장애예술을 굳이 보통의 예술과 구분해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이 반문이 옳더라도, 장애예술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 장애인 예술가를 향한 인식이 비틀어진 경우가 숱한 데다, 관련 정책마저 턱없이 부족해서다.

가톨릭대학교 학생 9명이 ‘아티얼(ArtHere)’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티얼은 ‘장애인 예술가 편견 해소’ ‘경제적 자립 문제 해결’을 미션으로 삼고 있는 소셜벤처다.[※참고: 아티얼은 ‘어디에나 어디에도 없는 예술가, 여기 있어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장애예술이 ‘장애인이 그린 그림’이란 특별한 시선이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인정받기를 바란다.]

손가현 아티얼 대표는 “두 가지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올해엔 장애인 예술가 작품을 활용한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한 ‘아티얼’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무엇보다 뜻을 함께할 장애인 예술가를 찾는 일부터 벽에 부닥쳤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에 공개된 작가와 작품 목록을 확인하고 100여명의 작가에게 일일이 연락했지만 답을 해준 건 4~5명에 불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전시회를 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장애인 예술가 분들과 연락이 닿았어요. 그분들 중엔 당장 생계를 위한 수익이 필요한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죠. 코로나19 때문에 전시회를 여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런 난제를 풀어준 건 2020년 3월 작가 ‘진리’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다.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진리’는 “장애예술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하고 싶다”면서 아티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티얼은 그의 작품을 활용해 ‘아트오브제(캔버스·브로슈어·엽서 등)’를 제작했다.

손가현 대표는 “지난해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목표치 100% 이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부천시 단비기업에 지난해 5월 선정된 것도 아티얼이 ‘좋은 흐름’을 타는 계기가 됐다. 단비기업 지원금을 활용해 인테리어 소품의 시제품 등을 제작하면서 여러 작가와 협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은 알찬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10월 김영민 작가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포스터·모빌·트레이·머그컵 등을 콜라보로 만들고 있다. 시제품을 제작해 현재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4~5명의 장애인 예술가와 또 다른 콘텐츠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작가 개인은 물론 작품 이야기를 인터뷰해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 계획이다. 장애인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엔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역시 김영민 작가와 함께하는 프로젝트인데, SNS 등을 통해 기부금을 모금하고 금액에 따라 작가의 작품 엽서나 원화를 리워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은 기부금은 부천시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사회활동가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장애인 예술가에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고→수익금으로 청년 활동가를 지원하고→그들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다.

아티얼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이런저런 이유로 진행하지 못했던 전시회 프로젝트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사람들에게 장애예술을 접할 수 있는 더 많은 창구를 선물하기 위해서다. 이런 발걸음이 장애예술을 둘러싼 인식을 바꾸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게 손 대표의 믿음이다.

“저 역시 처음엔 장애인 예술가가 만든 작품을 보고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니, 결코 특별한 건 아니더라고요. 장애예술도 보통의 예술처럼 똑같이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저희의 미션을 알리기 위해 장애예술이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요. 더 많은 곳에서 장애예술을 접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아티얼이 노력해야겠죠(웃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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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더스쿠프(http://www.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