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매력이 정말 많아요.” 막 걷기 시작했을 즈음부터 자전거에 올라탔다는 청년은 자전거를 이야기하며 활짝 웃었다. 사이클 선수로 시작해 경륜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민오(37) ㈜휘렌들리 대표다. 그가 설립한 휘렌들리는 자전거 폐타이어로 자전거 ‘새들백’ ‘프레임백’ ‘핸들바백’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업체’다. 선수이자 사업가로서 이제 막 첫발을 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민오 휘렌들리 대표는 “휘렌들리가 자전거 폐타이어를 업사이클링하는 업체인 만큼 건강한 자전거 문화를 확산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혼자 타면 혼자 타는 대로, 함께 타면 함께 타는 대로….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자전거를 타고 붐비는 곳을 벗어나 답답함을 해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대열엔 박민오 ㈜휘렌들리 대표도 있다. 휘렌들리는 자전거 폐타이어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참고: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박 대표가 자전거 폐타이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 건 그가 자전거를 좋아하게 된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버지는 사이클 국가대표 감독을 지내셨어요. 형도 사이클 국가대표 선수였죠. 자전거를 탄 게 언제부턴지 기억도 잘 안 나요(웃음). 어릴 적부터 자전거를 타는 건 제게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중학교 시절 사이클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10년째 경륜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폐타이어’가 새롭게 다가온 건 2020년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경륜시합을 마치고 돌아온 그의 눈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폐타이어들이 띄었다. 경륜 선수들은 규정상 시합에서 4회 이상 사용한 타이어는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그렇게 교체한 타이어는 폐기물로 버려진다.
제대로 재활용된다면 좋겠지만 업체가 폐기물로 버린 폐타이어는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문득 폐타이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로 뭔가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날 밤부터 그는 폐타이어 내피를 활용해 지갑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툰 바느질이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삐뚤빼뚤한 바느질을 한땀한땀 해나가면서 그의 머릿속엔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떠올랐다. “그땐 몰랐어요. 그저 폐타이어로 뭘 할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 생겼고, 바느질을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 아이디어로 창업까지 했네요(웃음).”
박 대표가 휘렌들리를 창업한 데는 아내의 역할이 컸다. 막연하게 ‘폐타이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은 그에게 아내가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에서 매년 진행하는 단비기업 프로젝트를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생각만 하던 제게 아내가 용기를 북돋아 줬어요. 그렇게 2021년 단비기업에 신청했고, 운 좋게도 ‘단비 최우수상’에 선정되면서 휘렌들리가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휘렌들리라는 이름은 바퀴라는 의미의 ‘휠(wheel)’에 친화적이라는 뜻의 ‘프렌들리(friendly)’를 더해 만들었다. ‘자전거 폐타이어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뜻을 담았다. 지난 6월에는 법인을 설립하고 회사로서 틀을 갖췄다. 최근에는 기다리던 시제품도 하나둘 완성되고 있다.
먼저 자전거에 거치해 사용할 수 있는 ‘새들백(안장가방)’ ‘프레임백’ ‘핸들바백’ 등을 만들었다.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시제품 제작업체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서울, 부천, 성남을 오가며 제작업체를 찾았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자전거 폐타이어라는 소재 자체가 제작업체들엔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자전거 폐타이어가 일반 직물과 달리 가늘고 긴 재질이란 점도 장벽이었다.
“얼마나 많이 발품을 팔았는지 몰라요. 시제품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어쨌거나 원하는 수준의 시제품을 만들었으니, 이젠 시장의 높은 벽에 도전해 볼 생각이에요.”
박 대표의 말처럼 갈 길은 멀다.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자전거 폐타이어를 모으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은 경륜을 하는 지인들이나 박 대표가 자주 가는 자전거 용품점에서 폐타이어를 조달하고 있지만, 그 양이 충분하지 않다. 함께할 동반자도 모아야 한다. 아직까지 휘렌들리는 박 대표 혼자 꾸리는 1인기업이다. 평생 운동만 해왔기에 문서작업 하나부터 새로 배워나가고 있다.
“해본 적이 없는 일들이어서 모든 게 서툴러요(웃음). 다행히 단비기업 멘토링을 통해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부족한 실무 작업부터 디자인까지 능력 있는 동반자를 하나둘 늘려가고 싶습니다.”
다행히 휘렌들리가 나아갈 길은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다. 박 대표는 제품 제작이 본격화하면 부천 내 취약계층이나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훗날 휘렌들리가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면 건강한 자전거 문화를 알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휘렌들리가 자전거 폐타이어를 업사이클링하는 업체인 만큼 건강한 자전거 문화가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특히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여력이 되지 않는 아이들과 자전거 팀을 꾸리고 싶습니다. 항상 ‘은퇴’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자전거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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